金총리, 정치권 비판
"선거 앞 포퓰리즘 확산… 흔들림 없이 정책 집행"
김황식 국무총리가 26일 정치권의 복지 논쟁에 대해 "내년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포퓰리즘(populism)이 확산되고 있다"며 "총리로서 정치권의 비생산적·비합리적 논란에 흔들리지 않고 정책을 엄정하게 집행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김 총리는 이날 서울 롯데호텔에서 열린 '한경밀레니엄포럼' 특강에서 새해 국정과제 및 내각운영 방향을 밝히면서, 무상급식·무상의료와 재원마련 등을 둘러싼 여야 간 논란을 비판하며 복지 정책에서의 법과 원칙을 강조하는 데 긴 시간을 할애했다.
김 총리는 우선 의료·학교급식 등 공공서비스 대상의 범위를 두고 벌어지는 '선택적 복지'와 '보편적 복지' 논란에 대해 "그런 것이 논란이 되는 게 이해가 안 간다. 정치인들의 뜻에 따라 혼란이 야기되는 것일 뿐, 의미 없는 논쟁"이라며 "복지(혜택)는 그때그때 필요한 사람에게 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국민이 조금만 생각하면 우리가 어느 방향으로 가야 할지에 대해 이견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복지 분야에는 (학교급식과 의료뿐 아니라) 고령화, 저출산, 계층·지역 갈등, 자살 증가, 인터넷 문화, 불법 낙태 등 해결할 문제가 산재해 있다"면서 정치권의 '좁은 시야'를 비판했다. 김 총리는 "복지는 성장과 분배의 조화 그리고 오늘과 내일의 조화의 문제"라면서 발언을 이어갔다.
"감사원장 할 때 복지 공무원들의 횡령이 빈발하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수급조건이 안 되는 사람들이 서류를 조작하기도 하고, 이런저런 명목의 혜택이 좋아서 일하는 분위기를 기피하게 만드는 경우도 있다. 이러다 보면 기초생활수급자에게 가야 할 수혜가 차상위계층보다 불리한 경우도 있다."
김 총리는 이런 문제 인식으로 총리실 내 전담TF를 구성, 10개 지방자치단체를 표본 연구해 복지지출의 누수(漏水)를 막고 한정된 재원으로 실질적인 복지를 달성할 수 있도록 정책체계를 재정비하는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밝혔다. 복지공무원 증원에 대해서도 "전반적으로 부족한 것이 사실"이라면서도 "엄격하게 업무분석을 해서 늘릴 것은 늘리고 줄일 것은 줄이겠다"고 했다.
대법관 출신인 김 총리는 특히 "나는 총리로서 특색이 있다면 정치권과 절연돼 있다는 것이다. 총리로서 성공하는 길은 정치권의 비생산적 현장에서 벗어나 정책을 집행해나가는 것"이라면서, "그렇게 하지 못하면 총리로서 가치가 없는 것"이라고도 했다.
김 총리는 취임 이후 '퍼주기식 복지'에 대해 기회 있을 때마다 비판적 시각을 드러내고 있다. "부자(富者) 노인까지 지하철 무료탑승할 필요가 있느냐"는 발언이 오해를 일으킨 적도 있으나, 복지 분야의 다양한 수요를 충족하고 복지 사각(死角)지대를 해소해 진짜 빈곤층을 지원하기 위해선 정책의 남발보다는 엄정한 집행이 더 중요하다는 생각은 굽히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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