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차 베이비붐 세대 은퇴 시작…7~8년 지속될 것
- 평균 총 자산 3.3억…금융자산은 22% 美·日 절반
- 연금제도 미흡 노후위해 집처분땐 부동산 직격탄
- 일부 '집=마지막 보루' 월세전환 높아져 집값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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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헌정 |
#1955년생 동갑내기 김윤식·이진희(가명)씨 부부는 2006년 해외로 떠나며 전세를 놓았던 서울 양천구 목동 148㎡ 아파트를 놓고 고민 중이다. 해외 건설현장에서 근무했던 김씨가 올 초 은퇴하면서 가족 모두 귀국해 서울 강남의 오피스텔을 빌려 임시로 머물고 있는데 자녀 2명이 학업·결혼 등으로 조만간 해외로 나갈 계획이어서다.
내년이면 목동아파트 전세계약이 끝나지만 부부만 살기에는 너무 크다. 앞으로 최소 6년간 둘째딸의 학비로 목돈이 들어가는 것도 부담이다. 하지만 막상 집을 팔자니 나이들어 좁은 셋집을 전전해야 하나 싶어 망설여진다.
#대기업 계열사에 다니던 박준수씨(가명·54)는 지난 5월 퇴직했다. 대학졸업 후 입사해 만 26년을 근무하다 정년을 1년 남긴 시점에 명예퇴직금을 받아 회사를 나왔다. 중간정산해 쓰고 남은 퇴직금과 명퇴금을 합해 서울 동작구 상도동 105㎡ 아파트의 담보대출금을 갚고나니 남은 재산은 6억원 안팎인 아파트가 전부다.
재취업을 하려고 이력서를 넣고 면접을 보러다니지만 새 직장을 구하지 못해 얼마되지 않는 예금에서 3개월째 생활비를 까먹고 있다. 어떻게든 집은 지키고 싶은데 국민연금이 나오려면 62세까지 기다려야 한다. 아들과 딸의 결혼비용 등 목돈 들어갈 일을 생각하면 벌써부터 겁이 난다.
국내 주요 경제활동인구인 1차 베이비붐 세대는 대부분 자산의 70∼80% 이상을 부동산으로 보유해 은퇴자금으로 부동산을 활용할 수밖에 없다는 전망이 잇따른다.
우리나라는 미국, 일본 등 선진국에 비해 연금제도가 덜 발달한데다 주택담보대출 부담, 소득감소, 고령화 등으로 자산건전성이 악화돼 주택 등 부동산 자산을 처분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하지만 베이비부머의 은퇴가 당장 부동산시장의 지각변동으로 이어지진 않을 것이라는 견해도 팽팽히 맞선다. '집=마지막 보루'라는 인식이 강해 은퇴했더라도 당장 처분하기보다 일단 보유하는 경우가 많다는 분석이다.
베이비부머가 기존 주택을 처분하더라도 소형주택을 다시 얻거나 수익형 부동산에 투자할 가능성이 높다는 예측도 있다.
◇부동산에 편중된 자산…노후준비 충분치 않아29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말 현재 1차 베이비붐 세대의 평균 총자산은 3억3000만원(부동산 2억4700만원, 금융자산 7300만원, 기타 1000만원)으로 전체가구 평균치(2억7000만원)를 웃돈다.
총자산 가운데 부동산 비중이 74.8%에 달하는 반면 금융자산은 22%에 불과하다. 이는 일본 베이비붐 세대에 해당하는 '단카이 세대'(1946∼49년생)나 미국 베이비붐 세대(1946∼64년생)의 금융자산 비중이 총자산의 각각 45%, 63%인 것과 비교하면 턱없이 낮은 수준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지난 3월 국민연금연구원, 보험연구원 등과 공동조사한 '베이비붐 세대 실태조사 및 정책현황 분석'이란 최종보고서도 베이비부머 31.4%가 노후생활 안정을 위해 최소한 수입을 얻지 못해 기대치에 미치지 못하는 노후생활을 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베이비부머가 노후에 필요한 수입은 월평균 200만원 안팎이지만 26.1%는 확보 가능한 수입이 100만원 미만이었다. 국민연금 등 공적연금에 가입하지 않은 베이비부머가 13.7%, 개인연금에 가입하지 않은 비율은 48.1%로 절반에 육박했다.
베이비부머간 격차도 큰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대학교 노화·고령사회연구소가 전국 15개 시·도(제주 제외) 베이비부머 466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한국의 베이비부머' 연구결과에 따르면 상위 10%는 은퇴용도로 매달 180만원을 저축하지만 전체 베이비부머의 월평균 저축액은 17만원에 불과했다.
◇자녀·부모 짊어진 고달픈 세대…은퇴 후 믿을 건 '임대수입'중소기업 임원인 윤병만씨(가명·55)는 그동안 전세를 놓았던 서울 광진구 구의동 아파트를 보증부월세로 바꿨다. 전세금이 크게 올라 1억원 가까이 보증금을 올려 받을 수 있지만 월세 100만원을 선택했다.
내년에 정년을 맞으면 고정적 수입이 없어지는 만큼 목돈보다는 매달 들어오는 현금을 택한 것이다. 시골에 계신 부모님 생활비와 두 아들의 대학등록금 등 아직 돈 들어갈 일이 많아서다.
1차 베이비붐 세대는 대부분 은퇴 후에도 자녀의 학비와 결혼비용, 부모 부양 등으로 경제적 부담을 안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통계청이 발표한 '2008~2009년 사회조사를 통해 본 베이비붐 세대의 특징'에 따르면 베이비부머의 99.1%가 "자녀의 대학교육비를 지원해야 한다"고 답했다.
"자녀의 결혼비용까지 지원해야 한다"는 응답도 90%에 달했다. 베이비부머 부모 가운데 생활비를 스스로 해결하는 비율은 30%에 불과했다. 베이비부머 10명 중 7명은 부모의 생활비를 책임진다는 뜻이다.
전문가들은 1차 베이비붐 세대가 임대수입이 가능한 부동산에 관심을 갖는 것은 자녀와 부모를 모두 챙기려면 생활비 외에 고정수입이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입을 모은다.
김희선 부동산114 전무는 "베이비부머의 은퇴가 시작되면서 안정적인 소득원 발굴을 위해 기존 전세주택을 보증부월세로 전환하거나 수익형 부동산에 관심을 갖는 사례가 늘고 있다"며 "부동산경기 침체로 전세보증금을 이용한 레버리지 효과가 감소한데다 예금 펀드 등 금융상품 이자수입으로는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기 어렵다고 판단하는 사람이 많다"고 말했다.
부동산 운용형태가 은퇴시점인 50대 이후부터 크게 달라지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올 초 미래에셋부동산연구소가 발행한 '가구의 부동산 자산활용' 보고서에 따르면 30∼40대의 70∼80%가 비거주용 주택을 전세로 내줬지만 50대와 60대는 절반을 보증부월세로 활용했다. 70대는 보증부월세 비율이 약 70%로 높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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